코로나 팬더믹 이후 달라진 명절.
고향을 찾는 사람도 많지만 기회다 싶게 해외여행을 가는가 하면 의외로 고향도 여행도 못 가거나 안 가거나 집에서 방콕 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다. 방콕 하는 사람 중 한 명인 나는 설 다음날 경기도 여주에 하루를 꽉 채운 당일치기 여행을 했다. 느낀 점은 매우 잘 다녀왔고 의외로 여행자? 관광객? 등이 가족단위로 많아서 아침에 눈뜨지 마자 대충 씻고 추리하게 돌아다니는 스스로가 조금 창피한 거 빼고는 만족스러웠다.
서울에 살다보니 주로 강원도, 강화도쪽은 주구장창 다녔는데 의외로 가까운 경기도는 등산이건 여행이건 잘 가지 않고 있었다. 허나 시간이 남아도는 명절에 방콕 하려니 한심하여서 2시간 이내의 고즈넉한 사찰을 찾다 보니 여주의 대표 사찰 신륵사를 가보기로 했다. 7년 전 여주 도자기 박람회를 가면서 알게 된 신륵사는 당시에도 전망이 좋은 사찰로 기억하고 있었다. 앞에는 남한강이 흐르고 뒤는 낮으막한 봉미산이 있어서 쉬엄쉬엄 돌아다니기 좋았다.
1. 신륵사.
경기도 여주에서 대표하는 사찰로 어찌보면 상업지와 근접해 있지만 산속에 있는 유명 사찰 주변 입구에 줄줄이 빽빽하게 있는 식당들에 비해 신륵사관광지 입구를 지나면 넓은 주차장과 도예단지가 눈에 띈다. 그리고 바로 옆에 난한강이 보이는 전망 좋은 여주박물관이 있다. 여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유적, 서예, 일제강점기 사진과 과거 생활상의 흔적들이 소소하지만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신륵사 가기 전 도예단지에 있는 놋그릇 판매점에 들려 충동구매반 + 기존부터 사고 싶었던 마음반이 합쳐 비싼 놋찻잔을 질러버렸다. 일반찻잔과 수저처럼 마구 대할 수없어 비싼가격과 부합하게 별도로 뫼시고 있다.
신륵사는 천년고찰로 신라 진평왕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하지만 정설은 아닌 듯하다. 정확한 역사적인 기록이 부족해 추정한 설이라고 하는데 시대별 보물로 지정된 석탑과 사찰이 많아 천년고찰의 범상치 않음은 틀림없다. 게다가 유형문화재와 보물이 수두룩하며 유명한 보호수인 660년 된 은행나무와 600년 된 향나무가 터줏대감처럼 장수를 자랑하고 있다. 사찰은 이미 많이 알려져 사찰보다는 보물과 주변경관 그리고 보호수 위주로 포스팅했다.
'신륵사 은행나무는 660여년 전 고려말 공민왕사 나옹스님이 심은 것으로 전해지며 있으며 불, 법, 승 삼보를 상징하듯이 세 줄기의 가지로서 모습을 잦추었고 관세음보살이 나투신 듯한 회유한 모습으로 자라났으며 또한 관세음보살님이 대자대비로서 모든 중생들의 괴로움을 구원하시고자 하는 발원으로 신륵사 은행나무에 나투신 것처럼 보인다'라고 소개책자에 쓰여있다.
그 외 보물과 문화재가 넘쳐났지만 너무 많아서 다음에 재방문하여 2차 신륵사 보물기획으로 다시 포스팅해야겠다.
2. 세종대왕릉
신륵사에서 차로 5킬로 정도 이동하면 조선군주중 가장 위대한 왕이자 훈민정음 창제자이신 세종대왕릉인 영릉이 있다. 사찰만 보고 집에 가기엔 아쉬웠는데 바로 인근에 그 유명한 세종대왕릉이 있어 냉큼 가보았다. 마침 설연휴기간이라 무료개방을 해주었다. 영릉 입구옆에는 세종 역사 문화관이 있는데 세종과 효종의 업적과 당시 의복, 생활상 그리고 어문책자등이 전시되어있었다. 비록 국보인 어진이나 훈민정음 원본은 모두 복사본이라 아쉽긴 했지만 칼라복사가 매우 잘되어 원본처럼 보이기도 했다.
영릉에는 세종과 소헌왕후가 합장한 묘가 있고 그 옆에 효종과 인헌왕후의 동원상하릉(릉이 두 개)이 있다. 전시관에도 역시 세종과 효종 분류하고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으니 참조하면서 관람하면 된다.
효종은 자상한 아버지인 듯 싶다. 효종의 딸과 개인적으로 어문으로 편지를 자주 주고받고 했는데 그 내용이 정말 재미지다. 왕이 아닌 정말 일반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보여 훈훈하다.
효정이 숙명공주에게 보낸 원문#1 - 오른쪽 내용
현대어역
너는 시댁에 가 (웃어른께 정성을) 바친다고는 하지마는 어찌하여 고양이는 품고 있느냐? 행여 감기나 걸렸으면 약이나 하여 먹어라.
효종이 숙명공주에게 원문#2- 왼쪽 내용
현대어역
죄지은 것이야 무슨 다른 죄를 지었겠느냐 이번에 아니 들어온 죄인가 싶다. 이렇게 들어오지 못한 죄를 지은 것은 전부 네 남편인 심철동 때문에 생긴 것이니 그를 들볶고 싸워라. (친정에 못 온걸 사위탓하여 사위랑 싸우라고 가스라이팅 하는 아버지)
효종릉으로 가는 길이 세종릉 가는 것보다 거리가 좀 있다. 세종릉에서 대략 1.3킬로 정도? 게다가 세종릉에 비해 가는 길이 조금 뭐랄까 관리가 점 덜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확실히 인기가 세종릉에 비해 확연히 없었다.
한 곳에서 두 명의 왕릉을 볼 수 있는 넓은 장소로 고즈넉하게 짧은 트래킹 한다고 생각하고 걷기엔 매우 좋을 듯싶다. 두 곳 다 관리가 잘되어져 있고 무엇보다 곳곳에 보이는 후한 화장실을 수시로 이용하기에 좋다. 세종릉과 효종릉의 입구와 주차장이 각각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세종릉을 입구로 해서 효종릉 입구를 출구로 이용해 나와도 대략 6-700미터 정도 걸어가면 바로 세종릉 주차장이 나온다.
3. 당일 여행 마치며.
나름 빡센 일정을 마무리하니 17,800보를 걸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서울 올라가는 길에 살짝 길이 막혀 하남시에 위치한 보리밥&칼국수집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려 갔다. 브레이크 타임이 걸려 대기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있었다. 아는 사람인가 착각했지만 배우 류승수님이었다. 나는 알지만 배우님은 당연히 나를 모르겠지. 사인받을까 하다가 가족단위로 오셨는데 부담스러울 것 같아 배우님 본 걸로 만족했다. 결국 기승전 류승수 배우님으로 마무리했다. 류승수 배우님 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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