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 : 2023년 1월 28일 (토요일)
- 등산코스 : 화방재-유일사(3.8km)-장군봉/천제단(1.7km)-문수봉(3km)-당골광장(3.5km)
- 거리 & 소요시간 : 12km & 5시간 (휴식시간 모두 포함)
- 난이도 : 쉬운 편이나 칼바람, 눈 때문에 힘듦
- 겨울 산행 준비물 : 아이젠(필수), 스틱, 핫팩, 스패츠
태백산은 주봉인 장군봉(1567m) , 영봉(1560m), 부쇠봉(1546m), 문수봉(1517m)으로 산세가 험하지 않아 무난하게 종주가 가능하며 수천 년부터 단군 제사를 지내는 천체단(국가민속문화제로 등록됨)이 있고 주목군락지로도 유명하다. 가장 인기 있는 등산로는 유일사를 통해 천제단으로 가는 가장 짧은 코스로 왕복 8킬로, 4시간이면 충분히 등린이도 가능하다. 설악산, 오대산, 함백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영산중 한 곳이다.
당골 광장의 '당골'은 군주와 고대 제사장을 겸직했던 직책인 단군에서 유래된 설도 있으며 호남지방에서 당골네라고 하여 무당이란 의미도 있다.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 아닌 세습을 통해 마을의 풍어제와 기우제와 같은 큰 행사에 진행했던 일종의 전문직이기도 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 마지막 상고대 눈꽃을 보기 위해 태백산으로 향했다. 며칠 동안 북극추위로 조금 망설였지만 이미 산악회 차량에 입금한 터라 취소하기도 애매하고 태백산 눈꽃이 그렇게 멋있다고 하니 감동적이었던 덕유산 눈꽃 이후 한 번 더 상고대를 볼 수 있는 기대감에 등산하기로 결정했다. 추위를 대비해 히트텍에 얇은 옷을 더 껴입고 철저하게 무장하니 눈사람마냥 둥글둥글 해졌다.
덕유산 눈꽃 산행 링크 걸어놨어요~
https://psnn524.tistory.com/35
서울 새벽온도가 -12도, 강원도 -16도.
헉스럽다. 태백산 바람은 소백산 바람처럼 엄청난다고 하던데. 칼바람을 맞고 등산하려니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멋지게 겨울바람맞고 올 한 해 나쁜 기운을 날리고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가뿐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던가. 가는 도중 치악 휴게소에 잠시 차량이 정차했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휴게소의 화장실을 이용하려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다. 영하-16도인 이 날씨에도 관광객차량이 여기저기 넘쳐났다. 시작부터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마침 태백산에서 얼음축제 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3년 동안 못하다가 이번에 처음 한다고 하니 태백산으로 향하는 차량이 많은듯했다. 그런데 휴게소와 얼음 축제가 복선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태백산은 난이도가 대부분 '하'에 속한다. 거리대비 5시간 종주도 가능하니 어렵지 않은 난이도였다. 그러나 이 날은 기본적으로 -10 이하의 추위, 살을 에이는 바람, 푹푹 빠지는 눈, 겹겹이 입은 옷과 장시간 착용하는 아이젠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번 등산의 큰 변수는 인파와 축제였었다.
일반적인 등산코스는 유일사입구 주차장을 들머리로 장군봉-천제단- 당골광장으로 하산하는데 그래도 약간 난이도 있는 화방재를 들머리로 문수봉을 걸쳐 백두대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일부 종주구간을 코스로 정했다.
화방재 등산로는 작은 휴게소와 주유소옆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생각보다 등산객이 많아 입산 초입부터 교통 체증이 일어나더니 몇 명은 시작부터 포기했다. 난이도 있는 구간은 아니지만 꾸준한 오르막과 한파로 인해 일찌감치 포기하는 듯했다.
은빛의 겨울 왕국이 없는 상고대였지만 시원시원한 나무 사이를 지나쳐 어느새 유일사 갈림길에 들어섰다. 순간 눈을 의심스러운 놀라운 광경이 보았다. 많은 인파들이 한때 뒤엉켜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정지된 상태로 뭉쳐 있었다. 밑에서 계속 올라오고 위로 가려는 통로는 좁아 거짓말 조금 보태서 그냥 아비규환 같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잠시 쉬어가려 쉼터로 갔으나 이미 만실이라 자리를 잡을 수없어 주변을 헤매다가 누군가 여기저기 급하게 남겨놓은 노란자욱과 응가를 보고.. 아~ 날을 잘못 잡았구나.
사람에 치이고 살이 에이는 바람에 치이고 눈에 미끄러지고 빠지면서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움직여 천제단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정말 생경한 장면 연출되었다. 왠 비닐 간이 텐트(?)가 여기저기 군데군데 있고 그 안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을 먹고 있었다. 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을 뒤집어쓰는 것 같았는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이 비닐을 버리고 간 것도 있었다. 힘들게 올라와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함을 알겠지만 본인들이 만들어낸 쓰레기는 꼭 가져갔으면 좋겠다.
태백산 정상석 사진은 일찍 감지 포기했다. 산 정상인지 도떼기시장인지 분간이 가지 않고 정신이 없어서 지체하지 않고 문수봉으로 바로 이동했다. 대부분 천제단에서 바로 하산하기 때문에 문수봉으로 가는 등산객이 많지 않아 비로소 조용하게 등산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하산 장소 당골광장. 마침 얼음 축제를 하고 있었다. 축제기간 2023.1.27~31일까지.
출발부터 사람에 치였는데 내려오니 더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고 라이브(?) 노래도 하고 추위 따윈 아랑곳 않고 사람이 모인 걸 보고 또 놀라웠다. 주차장도 만차에 녹은 눈으로 이미 빙판이 되었고 산에서 부실하게 먹은 간식으로 부랴부랴 내려와 맛있는 점심을 먹으려 했더니 들어간 식당마다 예약이 됐다고 쫓겨났다. 춥고 배고프니 즐거워야 할 등산이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20만 명이 모였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도 그럴 것이 얼음 축제 장소가 협소하고 주변 식당과 편의시설이 축제인원을 다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고즈넉한 태백산을 기대했으나 뜻하지 않는 성수기(?)에 동참하게 되어 다음엔 날짜를 잘 보고 선택해야 함을 아주 절실하게 느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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