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날 집안에서만 틀여 박혀 느끼한 음식으로 스스로를 사육했더니 가뜩이나 무거운 몸이 더 무거워졌다. 푸짐한 점심을 먹고 소화를 할 겸 날씨도 좋아 보여 아무 생각 없이 밖에 나갔다가 정말 얼어 죽을뻔했다. 북극 한파가 온다더니 낮인대도 -13도.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정말 -13도였다. 그리고 짧은 휴일 끝에 출근하는 아침 눈뜨자마자 온도를 확인하니 -19도. 냉동고 속이다.
사무실도 4일 내내 난방을 하지 않아 냉동고다. 며칠 동안 일이 쌓여서 화장실 가는 시간 조차 내기 힘든데 손이 얼어 자판도 잘 처지지 않는다. 매우 오랜만에 손가락이 언 느낌을 받았다. 아직도 인간은 자연 앞에 나약하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왔다. 그리고 늦은 저녁을 준비한다.
요알못을 겨우 벗어나 대충 흉내를 내는 수준이지만 항상 집에서 저녁을 먹는 아저씨 때문에 부득이하게 저녁을 한다. 그렇다고 매일 밥하고 새로운 음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에 한 번 집에서 한 끼 먹고 싶다는 사람을 위해 가급적 찌개나 국은 새롭게 하려 노력한다.
오늘은 달래 된장찌개.
마트에 장보는데 달래가 있었다. 달래가 어느 계절에 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이젠 모든 채소가 4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나오고 있다.
이제 된장찌개를 끓여 봐야겠다. 정말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된장찌개이고 김치찌개이다. 주 재료만 맛있으면 자동적으로 맛있을 수밖에 없다.
재료 :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 고기 없이 야채로만 하는 된장찌개는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다.
감자 2알, 양파 반쪽, 대파 적당히, 팽이버섯, 버섯, 일부, 사진에 없는 두부 반모, 그리고 2000원이라고 쓰여있는 달래.
된장 한수푼 반정도, 고추장 반스푼 정도. (밥숟가락 기준)
조리 :
뚝배기에 끓이면 더 맛있겠지만 요리 블로거도 아니고 주로 사다 먹는 입장이라 집에 있는 식기류로 사용한다. 적당한 사이즈 냄비에 적당히 물을 넣고 멸치 다시팩이 있으면 넣어주고 없으면 안 넣어도 된다. 그러나 넣으면 확실히 감칠맛은 있다. 부지런한 사람은 쌀뜬 물에 멸치를 넣어 육수를 내지만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마트에서 파는 다시팩으로 육수 비스무리하게 만들면 된다. 냄비에 물을 넣고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준다. 전에 차승원 님이 삼시 세끼에서 된장찌개에 고추장을 풀던데 한번 따라 했더니 칼칼하니 맛이 더 풍부해졌다. 그 후로 고추장을 넣기 시작했다.
1) 물, 된장, 고추장, 감자 넣고 끓인다.
2) 적당히 끓이면 각종 야채를 죄다 넣는데 달래와 애호박, 두부를 빼고 끊인다.
3) 15-20여분 정도 끊이고 마지막에 달래와 애호박, 두부를 넣어주고 조금 더 끓여준다.
야채를 썰대 깍둑썰기, 무슨 썰기 하는데 그냥 대충 내키는 대로 썰면 된다. 어차피 내 입이나 식구들 입에 들어가는데 모양에 그렇게 연연할 필요 없다. 된장을 올려놓고 딴 일했더니 야채들이 푸욱 익어서 색감이 영 아니다. 뭐 맛만 있으면 돼지.
저녁식사를 위해 반찬 담고 된장찌개 담고 밥만 푸면되는데.
헐. 세상에나. 밥통에 밥이 거의 없다.
밥은 몇 숟갈 안되고 된장찌개는 세숫대야 같은 그릇에 담아주니 대조가 아주 볼만하다.
그래도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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