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고만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회사를 다니다 중간중간 헛짓도 했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이직을 하고 싶었지만 처음 배운 게 도둑질인지 다시 그 업종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니 쳇바퀴 속에서 다람쥐 마냥 돌고 돌고 있다.
이젠 어디 내놔도 남부럽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이 나이에 어디 옮기기도 힘들고 경력도 20년이 넘어 버리니.. 당연히 오란곳은 없고 이 자리에서 버티기도 힘들다. 일을 열심히 해서 실적을 잘 올려 내년에 연봉을 더 올려야지 이런 생각은 애잔에 접었다. 이젠 회사를 다니는 모토는 가늘게 길게이다. 한때는 회사에서 나름 인정도 받았던 시절은 있었으나 그건 꼴랑 3-4년 정도고 이젠 퇴물 취급 받고 있다.
불합리한 상황이 있어도 나의 속내를 비출 수없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어린 친구들에 의해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오늘은 월요일.
월요병이 아주 극심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주에 연봉 협상 주간이었다. 연봉협상.. Annual salary negotiation.
협상은 당사자와 대표자가 앞으로 일 년을 협상하는 것인데 이 회사는 그냥 통보이다.
연봉 인상 일괄 통보.
뭐 것도 괜찮다. 남들은 동결이네, 뭐네 하는데.
조금이라도 올려주니 감사해하는 직원도 있고 만족해하지 않는 직원도 있고
사장이 지 마음대로 올린 퍼센트가 마음에 안 든다는 사람은 나가라는 식이고.
역지사지로 내가 사장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해해주고 싶지 않다.
왜냐면 난 사장도 아니고 일개 직원이니깐. 굳이 사장 마음까지 헤아릴 필요가 없다.
갑과 을, 고용주과 고용인의 관계.
아이러니하게도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이기도 한 상충관계.
형평성이라고 하면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대표나
그걸 이용하며 알랑하게 대표의 혀처럼 구는 인간들이나
알면서도 항상 사표를 가슴에 묻고 가늘게 길게를 외치며 다니는 내 모습이나.
알면서도 이중적으로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들이 속 터지고 답답하다.
직장인이라면 같은 마음이겠지. 아니면 배부른 소리일 것이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보다 더 힘들게 벌고 있는 직장인, 노동자도 많을 것이고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에 비하면 나의 현 상황은 괜찮을 수도 있다. 개인 입장차가 있기에 상대적으로 나보다 잘난 사람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거다.
항상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
정말 드라마처럼 사표를 사장 얼굴에 냅다 던지며 시원한 사이다 같은 말을 하고 멋지게 퇴장하는.. 그 생각을 하며 실실 실성한 사람마냥 웃고 있다.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그나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오늘 주어진 일을 안 하고 농땡이 치는것과 윗대가리의 물음에 틱틱 거리며 소소하게 반항하는 수준이지만..오늘의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내일의 내가 두배의 일을 할지라도. 나만을 생각하며 오롯이 이 활화산 같은 분노를 터지지 않도록 비를 내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모든 근로자들에게 하고픈 말.
언제가 사장 얼굴에 사표 던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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