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은 해놓고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마무리한 늦은 등산 후기이다.
** 마음대로 막 지은 코스 이름 중 이해를 돕기 위한 부연 설명.
아기공룡코스 - 공룡능선 가는 코스 중 대청봉을 가지 않는 그나마 가장 난이도 약한 코스.
엄마공룡코스 - 공룡능선으로 가는 코스에서 대청봉도 같이 가는 코스.
그토록 기대하고 고대하고 걱정했던 설악산 공룡능선을 11월 4일 금요일 무박 산행으로 다녀왔다.
등산객 사이에서는 매우 유명하지만 비등산가들에겐 유명하지 않는 공룡능선.
뿌듯한 마음에 주변 지인과 동료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 주말에 공룡능선 다녀왔어'
'공룡능선? 둘리?'
그래.. 둘리긴 둘리다. 설악산 정산 대청봉을 우회했으니 애기 공룡은 맞지. 나중에 엄마 공룡도 가리라.
앞에 게시했던 글의 본편이다.
공식적인 설악산 국립공원 탐방안내도는 엄마 공룡만 나와있다. 등반시간이 14시간 40분라는데 이건 개인 차가 심하고 쉬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15-16시간 동안 등반하는 등반객도 있다.
엄마 공룡보다 더 심한 코스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싶다면,
초인 코스 : 한계령 또는 오색 - 대청봉 - 공룡능선 - 오세암 - 백담사
신 코스 #1 : 한계령 또는 오색 - 대청봉 - 공룡- 오세암 - 봉정암 - 백담사.
신 코스 #2 : 한계령 또는 오색 - 대청봉 - 공룡- 오세암 - 봉정암 - 대청봉 - 한계령 또는 오색.
상상도 못 할 코스인 줄 알았으나 블로그를 찾아보니 헉!! 있다. 있어!! 대으박!! Respect!!
하긴 비법 정로로 등산 금지 구역인 용아장성도 가시는 분들도 있으니.. 용아장성은 필수로 자제합시다.
한 번의 실수가 골로 갈 수 있어요!!
이번에 등산한 코스는 아기공룡으로 소공원-비선대-마등령삼거리-양폭대피소-천불동계곡을 원점 회귀하여 다녀온 후기이다. 11월 4일 늦은 밤 11시 30분에 사당역에서 출발 설악동 탐방센터 새벽 4시 40분에 도착한 후 바로 등산 스타트했다.
** 등산 구간별 소요시간.
소공원~비선대~마등령 구간 6.5km / 마등령 삼거리 도착. 오전 9시
공룡능선~희운각 대피소 구간 5.1km. 오후 2시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 비선대 도착 5.3km. 오후 4시 30분
비선대 --> 소공원 3km 5시 15분 (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달림)
총 거리 : 19.9km
소요 시간 12시간 15분 (휴식시간 모두 포함)
안내산악회 통해 of the hiking, by the hiking, for the hiking 다녀왔다. 제대로 못 자고 갔지만 버스에 내려 하늘을 보니 보석처럼 박혀있는 별이 너무나 멋지다. 영하 2~3도의 날씨였지만 깨끗한 공기에 정신이 퍼뜩 든다. 그리고 고행이 시작되었다.
비선대까지는 매우 여유롭게 즐겁게 갈 수 있다. 일부 돌들이 있지만 뭐 그건 마등령 초입에 들어서면 그 길은 그냥 고속도로이다. 초반 금강굴까지 검은색 구간으로 매우 힘듦이다. 그래도 갈만하다. 칠흑 같은 어둠에서 돌계단의 난이도가 잘 안 보이니 그냥 밑을 보고 걷다 보면 어느새 어려운 구간은 일부 탈출할 수 있다. 그러나 해가 뜨고 세상이 환해지면.. 내가 어떻게 저 길을 왔을까 하고 뜨악하게 된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마등령 삼거리에 도착하면 세찬 바람이 반갑다고 후려 친다. 상쾌한 기분이 들지만 가만히 있으면 금세 추워진다. 한쪽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앉으신 산악회팀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순간 우리 동네 야산인 줄.. 테이블 위에 진수성찬이 준비되어있는데 바리바리 싸가지고 그 길을 올라온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이젠 공룡능선 초입이다. 공룡능선은 발을 디디는 순간 BACK 할 수가 없다. 중간쯤 너무 힘들어 back 하고 싶어도 능선이라 옆으로 빠져서 나갈 샛길도 없고 간다 해도 암석으로 된 절벽 낭떠러지일 뿐이다. 그냥 직전해야 한다. 난이도는 어렵거나, 정말 어렵거나, 미치게 어렵다.
공룡능선에는 4개의 봉우리가 있다. 나한봉, 큰 새봉, 1275(짱드세요), 신선대 같은 큰 봉우리 옆에 새끼 봉우리들이 자질자질하게 있다. 나한봉은 그래도 갈만하다. 명성에 비해 약하다고 느낄대 큰새봉을 만나다. 좀 팍세지네하면서 차차 강도가 세지더니 1275봉에서 정신줄을 놔버렸다. 세상에 하늘 끝까지 닿을듯한 돌계단인지 돌무더기 인지.. 끝도 없이 이어져있다. 열 걸음 가다 쉬고 열 걸음 오르다 쉬고를 무한 반복했다. 끝이 어디일까? 끝이 없나? 하면서 없는 체력 끌어올려 겨우겨우 봉우리 넘다 보면 한반도의 1 경이라는 신선대의 풍경이 나타난다. 중간중간 유명 바위들도 나오지만 너무 힘들어서 풍경이고 나발이고 주저앉고만 싶다. 내가 왜 이런 고행을 하고 있을까? 밤새 달려와서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싶다. 그래도 가다보니 신선대를 지나 이제 하산길에 접어 든다. 하지만 고생하며 올라갔는데 이건 뭐 하산길이 더 험난하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위험하다. 그냥 막 위험하다. 말해 뭐할까? 가서 체험해야지. 암릉구간을 난간을 잡고 숏다리를 찢어가며 겨우겨우 내려간다.
두어 번 넘어질 뻔했지만 큰 부상 없이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했다. 희운각 대피소는 공사 중으로 오로지 간이화장실과 야외 테이블만 이용할 수 있다. 가급적 희운각 말고 양폭 대피소에서 쉬는 걸 추천한다. 잠시 쉬고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가는데 체력이 바닥이다 보니 살짝 나온 돌부리도 엄청 힘들게 느껴진다. 왜 등산로에 온갖 돌들이 가져다 놔서 내 무릎을 아작내는지 모르겠다. 힘없는 허수아비 마냥 휘적휘적 거리며 춤추듯이 하산을 완료했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안내산악회 차량을 이용했기에 잠시 쉬지도 못하고 바로 버스에 탑승했고 그야말로 떡실신하며 집으로 향했다.
'등산(100대 명산) 그리고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가장 짧은 당일 등산 코스 중산리~천왕봉까지 원점회귀 (13) | 2023.01.12 |
---|---|
한 겨울에 여름 여행 리뷰 - 충북 단양군에 위치한 소백산 자연휴양림 1박2일. (10) | 2023.01.06 |
12월 덕유산 눈꽃 산행, 겨울 등산후 휴유증 (12) | 2023.01.04 |
[등산일기] 강원도 설악산 공룡능성 등반예정과 준비해야할 것들. (6) | 2022.11.02 |
사라진 도시, 폼베이를 가다 (Feat 나폴리 병원 체험) (29) | 2022.08.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