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왠지 알고 있으면 유식해 보이는 사자성어.
지금은 없어진 한자수업. 라떼는 말이야~. 한자 수업이 있었다.
생소한 모양에 외워지지 않은 한자를 억지로 외우고 나중에는 아예 손 놔버려 시험 볼 때마다 흰색은 종이이고 검정은 글씨로만 인지했다. 결국 한포자가 되었고 찍기 신공으로 100점 중 30점만 맞아도 개이득이라고 행복해했었다. 그러다 삼국지를 읽고 에피소드에 해당되는 고사성어가 역사의 이야기를 만든 문구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재미없던 사자성어를 이야기 식으로 풀어놓으니 이해가 잘될 뿐 아니라 재미있기까지 했다.
고사성어는 갑자기 툭 하고 나온 것이 아닌 역사에서 유래된 특정 사건의 관용어이다.
주로 전국시대에서 많이 유래됐으며 대표적 사건을 관용문구로 만들어 실화를 마탕으로 한 옛날이야기이다. 워낙 혼란했던 시대로 이야깃거리가 넘쳐 나지만 그중 잘 알려진 두 개의 사자성어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전에 앞서기 전에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의 사자성어는?
언비천리 言飛千里
소문이 빨리 퍼지니 말을 삼가라는 뜻.
유사한 사자성어로 사불급설 駟不及舌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말.
결론 막말하지 말고 뇌를 걸쳐 생각하면서 말하자는 뜻. 최근에 아주 귀감이 되는 사자성어이다.
주지육림 酒池肉林
술이 연못을 이루고 고기가 숲을 이룬다는 뜻, 호화로운 사치에 방탄한 술잔치를 말함.
『사기』 은본기 원문에 '술로써 연못을 만들고 고기를 매달아 놓고 숲을 만들어 남녀가 발가벗고 그 사이에서 서로 쫓게 했으며, 밤새 술을 마셨다.'라고 되어 있다.
초기 중국은 하나라, 상나라(은나라), 주나라가 있었다. 하나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조선으로 실화와 신화가 적절히 조화된 나라이다. 본격적으로 중국의 역사에 기재된 상나라부터 이야깃거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본래 하나라의 걸왕과 상나라(은나라)의 주왕은 현자였으나 걸왕은 말희(매희)에 의해 주왕은 달기에 의해 주색잡기에 빠져 결국 나라가 망하게 만든다. 주지육림의 초기 개발자는 말희가 걸왕에게 요청해서 만든 것으로 그 후 달기가 바톤을 이어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치와 방탄함을 일삼았다고 한다. 정사는 돌보지 않고 놀기만 하니 후에 걸왕은 상나라 주왕에 의해 주왕은 주나라의 무왕에 의해 망국의 길을 가게 된다. 중국 고대 희대 악녀 중 말희가 달기는 항상 순위 안에 있으며 그중에서 달기가 더 한 수 위인 듯하다.
상나라 주왕은 공물로 보내온 달기의 미모를 보고 한 번에 반한다. 달기는 시녀들이 일일이 술과 음식 나르는 것이 번거로우니 인공연못에 고급술을 가득 채우고 나뭇가지 가지마다 육질이 좋은 고기를 걸어놓고 (주지육림) 언제나 먹고 놀면서 최대의 극락을 만들자고 제안하니 주왕은 Good idea! 하며 실행에 옮긴다.
주왕은 신하들을 불러 연회를 주체 하는데 게임과 같은 룰 있다. 모두 그 연회에 참석하면 일단 복장은 탈복 하여 나체 상태로 선수 입장해야 한다. 그리고 게임 스타트!!
첫번째 북이 울리면 전력 질주하여 연못에 있는 술을 마신다.
두번째 북이 올리면 나무에 걸려있는 고기를 맛있게 뜯어먹는다.
세번째 북이 울리면 옆에 있는 남자건 여자건 붙잡고 광란의 행위를 한다.
주왕과 달기 커플은 물론 신하들까지 모두 벌거벗고 술 먹고 놀고 취하니 온갖 난잡한 행동과 눈이 뒤집혀 너나 할 것 없이 대규모 집단 난교를 실행한다. 그런 추잡한 행태를 몇 날 며칠 하니 민생 안전 따윈 없고 무지막지한 사치를 충당하기 위해 백성들의 등골을 빼먹기 시작한다.
이를 보다 못한 신하가 더 이상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하니 무엄하다 하여 그를 형벌에 처하는데 그게 상상을 초월한다. 기름칠한 구리기둥 및에 불을 지피고 그 위를 걷게 하는 포락지형(暑烙之刑)을 내리는데 바로 미끄러워 떨어지면 재미가 없으니 중간까지 구리기둥에 기름칠을 덜하고 불의 온도도 적당하게 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형을 받은 사람들은 중간까지 무리 없이 건너가다가 나중에 미끄러져 떨어지거나 기둥이 뜨거워 떨어지면 불속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며 죽어 가는 모습을 보고 주왕과 달기가 몹시 즐거워하며 웃었다고 한다.
당연히 백성들은 민란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주왕은 자살하고 달기는 살해당했다고 한다.
지록위마 指⿅爲⾺ (위록지마)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 윗사람을 농락하며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는 짓.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 남을 속이려는 것.
천하를 통일한 그 유명한 진시황, 천년만년 살기를 원해 불로초를 찾아 헤매다
이것저것 좋다는 건 다 먹었지만 순행 도중 49세 나이로 병사하게 된다. 시황제는 지금으로 치면 완벽주의자였고 누굴 믿지 못한 성격 탓에 예민한 성격과 천성적으로 약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시황제가 세상을 떠나자 그 뒤를 이을 황제를 옹립해야 하는데 환관 '조고'가 시황제의 유언을 조작해 태자인 부소를 스스로 자결하게 만들고자기가 좌우지할 수 있는 어린 황자 '호해'를 황제로 즉위시킨다. 그리고 조고의 걸림돌이 될 조정 대신들을 호해를 이용해 하나둘씩 제거하고 벼슬인 승상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다. 실질적인 권력의 구심점은 조고였으며 조고 또한 황제가 되고자 했었다. 조고는 허수아비 왕이 필요했기에 호해의 귀와 입을 막고 온갖 향락을 제공하며 세상과 단절시키고 오로지 조고의 말이 진실인양 간신의 정석을 보여주게 된다.
어느 날 조고는 사슴 한 마리를 가져와 호해한테 말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생각이 없는 호해라고 해도 '승상 장난치지 마시오. 딱 봐도 사슴 인대 무슨 말이란 말이요'하고 지록위마라고 하니 조고가 다시 우기며 '아닙니다. 저것은 사슴이 아니고 말입니다' 하니 호해가 조정 대신들 보고 '무슨 소리요. 대신들은 저 사슴이 말로 보이요?' 하니 조정 대신은 3가지 부류로 대답했다고 한다.
사슴이라고 웅얼웅얼 거리는 몇몇 대신과, 대답을 안 하는 대신 그리고 조고의 권력이 무서워 말이라고 대답하는 대다수의 대신들. 결국 일부 사슴이라고 대답한 신료들을 온갖 죄명을 만들어 그들을 제거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조고의 국정농단은 농민반란과 유방의 군대가 쳐들어오면서 위기감을 느껴 호해를 자결하게 만들고 태자 부소의 아들 '자영'을 황제로 추대한다. 그러나 호해처럼 허수아비 일 줄 알았던 자영은 황제 즉위식 날 자객을 보내 조고와 그의 가문을 몰살해버리고 황제 즉위 46일 만에 유방에게 항복한다. 500년 넘은 혼란스러운 춘추천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의 진나라는 불과 15년 만에 환관 조고의 혀에 놀아나 멸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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