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곰과 아이곰이 깊은 산속에서 살고 있었다.
아기곰은 그해 겨울 엄마곰이 잠을 자고 있을 때 태어났다. 엄마의 태반사이에서 꼬물거리며 곰의 형상은 하고 있지만 너무나 미약한 생명체였다. 아기 곰은 2 마리였다. 그중 몸이 약한 아기곰은 며칠 만에 세상 구경 하지 못하고 영원한 잠에 빠졌다. 엄마곰은 슬펐지만 남은 아기곰을 잃을 수없어 약한 아기곰을 소중하게 다루며 육아에 전념했다.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일광욕을 하고 싶지만 아기곰은 아직 세상에 나가기에는 위험했다. 엄마곰은 항상 신경을 곧두세우며 아기곰을 보호했다.
여름이 왔다. 아기곰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다.
솜털 같은 털을 나오고 동굴 둥굴 한 얼굴이 한층 더 귀여워진 아기곰을 엄마곰이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엄마곰은 항상 아기곰옆에서 위협이 될만한 모든 것들로부터 보호했다. 어느 날 뱀 한 마리가 아기곰 옆을 지나갔다. 엄마곰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뱀을 그 자리에서 찢어 죽였다. 그 뱀은 아기곰을 위협할 생각도 없었고 옆을 단지 지나가려 했었다. 엄마곰의 과잉보호가 지나치기 시작했다.
아기 곰은 엄마곰의 비호하에 무력무력 자랐다.
힘이 없던 다리도 근육이 묻고 달리기도 곧잘 하며 엄마곰을 놀라게도 했다. 엄마곰은 아기곰에게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사냥은 항상 성공하지 않았지만 주위에 먹을 것이 풍족해 물고기를 못 잡으면 열매를 따먹었다. 아기곰의 사냥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나날이 갈수록 실력이 좋아지고 있었다. 어느 날은 엄마곰 도움 없이 물고기를 얼떨결에 잡아 자랑하기도 했다.
막바지에 든 여름은 뜨거운 기운을 내뿜고 있다.
열기로 인해 땅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해 여름은 비가 오지 않았다. 비가 오지 않으니 농작물은 메말라가고 이파리를 건들면 타닥타닥 거리며 바스러졌다. 그 많던 계곡물도 바닥을 드려내고 그간 보이지 않았던 온갖 동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갈증을 해소했다. 산 중 호걸이라 하는 호랑이 할배가 옆에서 담배를 물고 물을 마시는 동물들을 지켜보았다. 할배는 다른 동물들을 공격할 마음이 없었다. 날씨가 더워 몇 개 남지 않은 누런 이빨들 사이로 헉헉 거리는 소리를 내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무수한 밤들을 보내고 어느 날 갑자기 쏴~아 하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엄마곰과 아기곰은 동굴에서 자다 빗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다. 얼마만의 비인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물이 아닌 생명이었다. 자고 있던 동물들이 하나둘씩 나와 물어 난 웅덩이에서 물장구치고 놀았다.
알록달록한 가을이다.
산에서 열매들이 맛있게 익어가고 밤과 도토리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귀여운 다람쥐와 청설모가 입이 터져라 도토리를 입에 물고 땅을 파며 여기저기 저장하기 시작했다. 욕심이 많고 기억력이 좋지 않은 다람쥐는 저장해 놓은 장소를 몰라 헤매기 일쑤였다. 아마도 그 도토리는 내년에 싹을 뜨고 시간이 지나면 키가 큰 상수리나무로 성장할 것이다.
아기곰은 어린이곰으로 성장했다. 손바닥 10뼘도 되지 않던 귀여운 몸이 20뼘도 넘게 커져 있었다. 이젠 엄마 몰래 밤마실도 가고 사냥 성공률도 높아졌다. 그런 어린이곰 때문에 엄마곰은 걱정이 태산이지만 한편으로는 건강하게 성장하는 어린이곰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낙엽이 떨어지고 날씨도 점점 추워지고 있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 위에 하얀 눈꽃이 피고 있었다. 엄마곰과 아기곰은 안전하고 안락한 동굴에서 겨울잠에 자기 시작했다. 어린이곰은 꿈을 꾼 적이 없다. 엄마곰이 꿈이야기를 자주 해줬는데 정작 어린이곰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냥 누우면 바로 어둠이 왔고 눈을 뜨면 밝은 빛이 살짝 비추는 동굴 안이었다. 겨울 동안 어린이곰은 꿈을 꿀 수 있을까?
긴 겨울 동안 어린이곰은 말로만 듣던 꿈을 꾸기 위해 깊은 잠에 들었다. 어린이곰이 갑자기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며 입도 실룩거렸다. 어린이곰은 알지 못했지만 꿈속에서 친한 동물들과 뛰어놀고 있었다.
어디선가 웅성웅성거리고 시끌 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어린이곰은 달콤한 잠에 빠져있지만 이상한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눈을 뜬 어린이곰 옆에는 따뜻하게 있어야 할 엄마곰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곰을 찾기 위해 어린이곰이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칠흑 같은 겨울밤이었다.
밤에는 다른 동물들의 눈 속의 빛나는 빛 외에는 달빛뿐이다.
그런데 달빛보다 더 환한 햇빛들이 여기저기에 있고 이상한 형체들이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어린이곰은 살금살금 햇빛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이상한 동물들이 있었다. 생긴 것은 엄마곰과 비슷하지만 엄마곰보다는 덩치가 작고 털도 없었다. 처음 본 동물들 옆에는 익숙하고 따뜻해야 할 엄마곰이 처참하게 땅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몸에서는 씨벌건 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물은 따뜻했는지 여름에나 보는 아지랑이 같은 연기들이 피었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어린이곰은 엄마곰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과 달리 몸은 얼어붙어 버렸고 머릿속에서는 '위험', '도망쳐' 란 단어만이 맴돌았다. 어린이곰의 머리가 아득해지고 하늘이 빙빙 돌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렸다.
어린이 곰은 자기가 있는 장소가 다른 장소임을 뒤늦게 알아채렸다. 손바닥과 발바닥이 심하게 까져있었다. 어린이곰은 아직 잠에서 덜 깬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까 본 그 장면이 꿈일 것이라 생각했다. 어서 안전하고 아늑한 동굴로 돌아가 다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돌아간 어린이곰의 동굴은 이제까지 알던 장소가 아니었다. 항상 노랗게 보이고 따스한 동굴이 차디찬 회색과 검정으로 얼룩져있고 바닥은 알 수 없는 동물 발자국과 냄새로 뒤섞여 있어다.
어린이곰은 그것도 꿈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긴 겨울잠을 자고 봄에 일어나면 엄마곰도 옆에 있을 것이고 엄마곰과 살던 이 동글도 노랑노랑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새소리가 들린다.
기분 좋은 소리에 봄이 왔음을 감지한 어린이곰은 눈을 떴다.
그동안 어린이곰은 청소년곰으로 성장했다.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며 소리를 내보았는데 전과 달리 굵은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신기해하며 청소년곰은 엄마곰을 찾았다. 악몽에서 깼으니 엄마곰은 옆에 있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밖으로 나왔다. 아직 눈이 여기저기 조금씩 있지만 봄이다. 청소년곰은 킁킁거리며 엄마곰의 채취를 찾았다. 그리고 악몽에서 봤던 이상한 동물들과 엄마곰이 있던 자리까지 갔다. 엄마곰이 불금 물을 흘리고 누워있던 자리에는 희미한 엄마곰의 체취만이 있었다. 청소년 곰은 힘껏 소리를 내며 엄마곰을 찾았다. 그러나 엄마곰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청소년곰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있었다. 그때처럼 머리가 아득해짐을 느끼며 그렇게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시간이 흘러갔다. 어느덧 봄이 지나고 더운 여름이 오고 다시 가을로 접어들고 겨울이 왔다. 청소년곰은 계절이 바뀜을 느낄 수가 없었다. 엄마곰이 있던 그 자리에서 빙빙돌기만 했다. 그리고 다시 겨울잠을 자야 할 때가 왔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청소년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았다.
다시 시간을 흘려 봄이 왔다.
이젠 청소년곰은 완전한 성인곰이 되었고 몸체는 엄마곰보다 더 커졌다. 희미하게 남은 엄마곰의 체취도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 성인곰은 길을 떠날 채비를 했다. 본능적으로 성인곰은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안락하고 안전한 자기만의 동굴을 찾아야 한다는 것 알게 되었다. 따스한 햇볕이 성인곰을 비추는 어느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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