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몇 달 동안 내팽겨두고 곰팡내 나게 방치하던 블로그.
간간히 구독자님과 지나가시는 나그네님들이 꾸준히 봐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방문객이 하루에 한 명도 안 올 것 같았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었다.
다시 글을 쓰게 된 원인은 이제 블로그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됐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항상 직장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블로그도 시작하고 쿠팡도 시작하고 이직도 생각하고 다른 것 해볼까 생각도 하고 실천도 했지만 결국 하던 것만 꾸준히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이가 먹어가고 나이 어린 친구들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장은 영악하게 나이 어린 친구들을 저가로 쓰면서 굵직한 일을 챙기고 경력자들에게는 찌끄레기를 던져주었다. 잘 모르는 친구들은 경력자에서 물어물어 배워 성장하였고 경력자들은 더 찌그러졌다. 알고 있었지만 더러워도 참고 다녔다. 사장은 그의 뜻에 따라 필요 없는 직원들을 아주 잘 처내기 시작했고 이번엔 내 차례가 되었다. 이 회사를 입사한 지 거의 4년 다 되어 간다. 그 시간 동안 사장은 언제나 안전한 고용행태가 아닌 불안전한 자리임을 인지시켜주면서 투잡 및 새로운 잡들을 알게 살피게 해 주웠고 부지불시간에 내 차례가 될 수 있음을 항상 준비하게 해 주었다.
마침내 8월 8일 통보가 왔다.
단 2주 만에 정리하고 여기와 작별을 고할 예정이다. 아쉬움은 1도 없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보통 시원섭섭하기 마련인대 섭섭함이 생각보다 덜하다. 앞으로 먹고 살걱정을 해야 하는데. 이 회사의 사장이 어찌나 투잡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해 줘서 인지 몇 달 전부터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꼬박 1년을 준비해도 합격하기 힘든 시험이라고 하기에 단 7개월 동안 1차 2차 동차 합격을 목표로 공부에 매진했다. 그리고 신경 쓰이는 모든 주변의 것들을 정리하고 중지하고 그렇게 석 달을 공부하니 서서히 지쳐가고 집중하기 힘들고 싫어져 의자에 엉덩이 붙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던 차였다. 때마침 정신차리서 공부하라고 시간을 준 것인가?
권고사직의 이유는 전 세계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영업이 줄어들고 향후 전망에 매우 좋지가 못해 부득이하게 권고사직을 한다라는 글로 기분 좋으라고(?) 통보서까지 줬다. 뭐 진짜 어이없는 회사는 문자로 달랑 보낸다고 하는데 그래도 이런 종이 쪼가리로 통보해 주니 예의는 지켜준 것인가.. 찢어버리고 싶다. 후일에 일어날지 모르는 일을 피하기 위한 장치로만 보인다.
회사에 대한 미련이 더 없어지려고 했는지 미래가 불투명한 이 회사에서 투잡에 대한 준비를 하며 가장 친하게 지냈던 입사동기와 대판 싸웠다. 친했던 직원과 원수처럼 변하고 나니 사실 회사생활이 힘들어졌다. 마음이 불편하니 모든 게 짜증이 났다. 본래 빅팬이 돌아서면 엄청난 안티가 된다. 그 직원과는 정말 쿵이 잘 맞았고 서로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던 친구였는데 정말 별것 아닌 사건으로 일이 커지고 이젠 얼굴만 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지금 그 안티 직원이 상사랑 큰소리로 대화를 한다. 왜 이렇게 듣기 싫은지 모르겠다. 가면 쓴 것 같고 그동안 잘 지냈던 것들을 다 희석시킬 만큼 목소리조차 듣기 싫다. 가식적이다. 같은 입장인대 바이어 잘 배정받아 그 직원은 보너스도 타고 자기 입지를 굳히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직원 사이에서 대장처럼 굴림했다. 반면에 자투리 바이어들만 오합지졸로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빅바이어를 매출에 절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어차피 비슷한 경력에 하는 일들은 유사했기에 월등이 일을 잘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누구나 그 일을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본인 입으로도 바이어 덕이라고 했다. 운도 실력이라고 했나. 왠지 상대적인 박탈감을 들게 했다. 며칠상간으로 입사순번 차이로 인해 내가 뒤로 밀린 것이다. 그리고 그 오합지졸의 매출이 마음에 차지 않은 사장은 나를 자른 것이고.. 그러니 그 안티 직원이 얄밉게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가해자는 사장이다.
사장이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고 상황을 만들고 결국 직원들이 서로 미워하게 만들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게 했다. 아침에 그의 얼굴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정말 재수 없는 얼굴'이다. 그 자에게는 정말 자격지심이 든다. 사장은 타고난 것일까? 그런 것을 알면서도 사람인지라 가장 만만이 보이는 그 애가 더 미워지는 이 심리는 무엇인가. 모든 결정권은 직접적으로 하는 자는 사장인대 사장 스스로는 좋은 일만 하고 정작 나쁜 일은 그의 밑 말 잘 듣는 직원을 시켜서 통보를 하는데 말이다.
어디서 본 글 중에 사회는 정글이라고 했다. 강한 것에 굴림할 수밖에 없고 나보단 약한 것을 더 하대할 수밖에 없다고.. 정말 자연적인 현상으로 어쩔 수 없이 강자만의 더 잘살고 더 텅텅거릴 수밖에 없는 듯하다. 씁쓸하다. 씁쓸하지만 현실적으로 인정할 것은 해야 하고 다른 방향을 잡았으면 그것으로 이젠 매진해야겠다. 결국 유쾌하지 않은 권고사직을 당했지만 뭐 어쩌랴 받아들이고 다른 길을 찾아 내 길로 가는 것이지
두서없이 마구잡이로 쓴 글이라도 나름 속이 시원하다. 어지럽던 생각들이 나름 글로 표현하니 정리가 되고 '임금님 귀 당나귀'라고 할 수 있는 이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다. 다음에도 다른 당나귀 귀로 내 속을 편히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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